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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LF-LIFE 3

(하프라이프 3)


소설 작가의 공식 소설




경고: 이 게시글은 하프라이프 시리즈에 대한 다량의 스포일러가 포함될 수 있습니다.








플레이어에게,


    이 편지가 잘 전달되기를 바랍니다. 벌써부터 당신의 불평이 귓가에 들리는 듯 합니다. "고든 프리맨, 너무 오랫동안 소식이 없는 것 아닌가요?" 변명이라도 듣고싶으시다면 말할거리는 많습니다. 그 중 가장 큰 것은 제가 다른 차원 같은 곳에 있느라고 보통 수단으로 여러분과 접촉할 수 없었다는 것입니다. 18개월 전까지는 그랬습니다. 그때 저는 환경상의 중대한 변화를 경험했다가 이 해안에 다시 돌아왔습니다. 그 후로 저는 제가 침묵하고 있었던 그동안의 시간을 어떻게 하면 최고로 잘 설명할수 있을까 하고 조금씩 생각해볼 수 있었습니다. 먼저 당신을 기다리게 한 것을 깊이 사과합니다. 그리고 제가 전 편지에서 묘사한 사건들 뒤로 무슨일이 일어났는지 간결하고, 빠르고, 최소한의 사건을 중심으로나마 설명해보려고 합니다. 전 편지는 에피소드 2로 동봉되었습니다.


    우선 여러분이 제 전 편지에서 기억하실지도 모르지만, 일라이 밴스의 죽음은 우리 모두를 뒤흔들어 놓았습니다. 연구실과 반란군 팀은 씻을 수 없는 충격을 받았고, 우리 계획이 과연 얼마나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인가, 도대체 애초에 의도한대로 이 사업을 계속 해 나가는 것이 말이 되기는 하는 것인가 등에 대하여 확신을 가질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일라이 밴스를 묻은 뒤 다시금 뭉칠 힘과 용기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일라이 밴스의 의욕에 찬 딸 알릭스 밴스가 품었던, '우리는 아버지가 원했던 대로 계속 해 나가야 한다'는 신념이었습니다. 일라이의 오랜 지원자인 주디스 모스맨 박사는 북극의 좌표를 하나 보내왔는데, 그것은 잃어버린 연구선인 보리알리스 호가 자리잡은 곳인게 분명했습니다. 일라이는 생전에 보리알리스 호가 콤바인의 손에 떨어지게 두느니 파괴해버려야 한다고 굳게 믿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보리알리스 호가 혁명의 성공을 보장할 비밀을 품고있을지도 모른다며 반대했었습니다. 두 주장 모두 우리가 그 배를 찾기 전까지는 큰 의미없는 말이었습니다. 그랬기에 일라이 밴스의 장례식을 치룬 직후 알릭스와 저는 헬리콥터에 탑승하여 북극을 향해 출발했습니다. 주로 반란군 군대로 이루어진 지원팀이 다른 운송수단을 타고 따라오기로 되어있었습니다.


    우리가 탄 작은 헬리콥터를 격추시킨것이 무엇인지는 아직까지도 분명치 않습니다. 얼어붙을 듯 추운 눈보라 속 황무지를 가로지르며 보낸 시간도 마구섞인 얼룩처럼 기억이 잘 나지 않고 명확하지가 않습니다. 제가 다음으로 확실히 기억하는것은 우리가 모스맨 박사가 보냈던 좌표에 다다랐을 때 입니다. 거기서 우리는 보리알리스 호를 찾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대신 찾은것은 구조가 복잡하고 경비가 철통같은 어느 시설이었습니다. 그곳에는 콤바인 기술력의 불길한 상징들이 박혀있었습니다. 시설은 눈밖에 없는 넓은 땅을 감싸고 있었습니다  그곳에는 아무런 흔적도 없었습니다. 일단 처음에는 그렇게 보였습니다. 그러나 시설에 슬며시 침투하면서, 우리는 반복되면서 이상한 느낌으로 일관적인 아우라 같은것을 보았습니다. 마치 눈앞에서 나타났다 사라졌다 하는 거대한 홀로그램 같았습니다. 우리는 처음에 이 기괴한 현상이 콤바인의 강렬한 렌즈 시스템 탓인줄로 알았습니다. 알릭스와 저는 곧 우리가 보고있는 것이 그토록 찾아해매던 과학선 보리알리스 호 이며, 콤바인 장비의 시점에서 현실에 나타났다 사라지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습니다. 이 외계인들은 이 배를 연구하고 배가 물질화 할 때 확보하기 위해서 연구단지를 세웠던 것입니다. 모스맨 박사가 제공한 좌표는 보리알리스 호가 위치한 곳이 아니라 도착할 예정인 곳이었습니다. 이 배는 마치 진동하듯이 우리의 현실에 들어왔다 나왔다 하고 있었습니다. 그 고동은 점차적으로 안정되고 있었으나 배가 현실에 긴 시간동안, 혹은 아예 자리잡으리라는 보장은 없었습니다. 우리는 배가 완전히 물리적이게 되는 순간에 배에 탑승해야겠다고 결정했습니다.


    이때 우리는 잠시 붙잡히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우려했던 콤바인에게가 아니라 우리가 예전에 싸웠던 적의 부하에게 였습니다. 그 적이란 비열하고 표리부동한 월라스 브린 이었습니다. 브린박사는 마지막으로 본 것과는 달리 죽지 않고 살아있었습니다. 콤바인은 어느때인가 그의 의식을 저장하여 빼돌려놓았고 그가 죽자마자 거대한 민달팽이처럼 생긴 생물학적 껍데기에 그의 백업된 인격을 집어넣었던 것입니다. 이 브린벌레 (BrinGrub)는 콤바인 계급에서 꽤 강력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긴장해 있었으며 특별히 저를 두려워하는 듯 했습니다. 월라스는 본래의 자기 육신이 어떻게 죽었는지 모르고 있었고, 그저 저한테 책임이 있다는 것만 알고 있었습니다. 그랬기에 이 민달팽이는 아주 주의하며 우리를 대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오랫동안 침묵을 유지하지 못하고 그자신이 콤바인의 포로였다고 고백하였습니다. 그는 자신이 하고있는 괴기스러운 형체가 싫다고 말하며 자신을 죽여 줄 것을 간청하였습니다. 알릭스는 브린에게는 빠른 죽음이 아깝다고 믿은 반면 저는 약간이나마 동정심과 측은함이 들었습니다. 떠나기 전 알릭스가 안보는 데서 저는 이 민달팽이의 죽음을 앞당겨주기 위해 뭔가 했을지도 모릅니다.


    브린 박사에게 잡혔던 위치에서 멀지않은 곳에서 우리는 주디스 모스맨이 콤바인 심문실에 붙잡혀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상상할수 있듯이 알릭스와 주디스 사이에는 긴장이 감돌았습니다. 알릭스는 일라이 밴스의 죽음을 가지고 주디스를 비난했습니다. 그 사실을 처음 알게 된 주디스는 무너지듯 절망했습니다. 주디스는 알릭스를 설득하려 했습니다. 그녀는 우리 모두에게 배신자로 보일 위험을 감수하면서 지금까지 쭉 이중첩자로서 반란군에 봉사 해 왔으며, 일라이에게 지시받은 것만을 하였다고 말했습니다. 저는 설득되었으나 알릭스는 탐탁치 않은 눈치였습니다. 그러나 사정이 사정인 만큼 우리는 모스맨 박사에게 의지하게 되었습니다. 그녀는 보리알리스 호의 좌표와 더불어 그 배를 완전히 우리 차원의 현실에 가져오기에 필요할 열쇠들을 쥐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한 콤바인 연구실을 지키며 콤바인 병사들과 작은 접전들을 벌였습니다. 그때 모스맨 박사가 보리알리스 호를 조율하여 잠시동안 가만히 붙잡아두기에 필요한 진동수에 맞추었습니다. 시간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우리는 수를 알수없는 콤바인 요원들을 꽁무니에 붙이고 허둥지둥 배에 올랐습니다. 배는 아주 잠깐동안만 정지해 있었고, 다시 진동하기 시작했습니다. 날뛰는 배 안에서 우리가 우주들의 사이를 되튀는 동안 도착해 싸우던 우리 지원 병력은 너무 늦어서 배에 탈 수 없었습니다.


    다음에 일어난 일은 더더욱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알릭스, 모스맨 박사, 저는 배를 통제하고자 동력원, 제어실, 항로센터를 찾았습니다. 보리알리스 호의 과거는 직선적이지 않다는 것이 드러났습니다. 오래 전, 콤바인의 침공중에 미시간 주의 애퍼쳐 사이언스 연구소에 위치한 드라이 독의 껍데기에서 일하던 연구팀의 여러 인원들은 그들이 붓스트랩 장치 라고 부르던 것을 조립해 냈습니다. 이 장치는 예상대로 작동하기만 한다면 배를 감싸는 커다란 장을 형성하며, 그 장 자체가 다시 지정된 목적지까지 사이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이동하는 것이었습니다. 들어가고 나가는 포탈 따위나 다른 장치는 필요없는 완전히 자급자족적인 장치였습니다. 불행히도 이 장치는 결코 테스트할 기회를 갖지 못했습니다. 콤바인이 지구를 7시간 전쟁으로 몰아넣으며 우리의 가장 중요한 연구소들을 손아귀에 넣었기 때문입니다. 보리알리스 호의 직원들은 절망속에서 배를 콤바인으로부터 지키려는 목적 하나만으로 행동했습니다. 그들은 장치를 작동시켜 장을 펼친 뒤 그들이 생각할 수 있는 가장 먼 곳인 북극으로 보리알리스 호를 내던졌습니다. 그들이 깨닫지 못했던 것은 붓스트랩 장치가 공간 뿐만 아니라 시간을 통해서도 여행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그것은 어느 한 공간이나 시간에 제한되지도 않았습니다. 보리알리스 호와 그것이 작동하던 순간 그 자체는 7시간 전쟁속의 찾는 이 없는 후론 강(미시간 주의 큰 강)과 현재의 북극사이를 시공간을 가로질러 늘어났습니다. 배는 고무 밴드처럼 팽팽하게 당겨졌습니다. 그리고 진동했습니다. 그러나 진동하는 기타줄의 조화된 부분처럼 인지되는 부동의 지점은 예외였습니다. 우리는 그 지점 중의 하나에서 승선한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줄은 시간과 공간 모두에서 앞뒤로 흔들렸고 우리자신도 곧 모든 방향에서 당겨지게 되었습니다.


    시간은 혼란되었습니다. 선교에 선 우리는 순간이동하던 순간의 애퍼쳐 사이언스 연구소를 봤습니다. 막 콤바인 병력이 땅과 바다, 공중에서 몰아쳐오는 것이 보였습니다. 동시에 우리는 북극의 황무지도 보았습니다. 거기서 우리의 동료들이 요동치는 보리알리스 호에 오르려고 싸우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다른 세상들의 윤곽마저도 보였습니다. 아마 미래 어딘가였을것입니다. 어쩌면 과거였을지도 모릅니다. 알릭스는 우리가 지금 보는것이 다른 세상을 침략하기 위한 콤바인의 발판지대일 것이라고 직감했습니다. 그동안 우리는 콤바인 병력들에게 쫒기면서 배를 가로질러 달리며 싸웠습니다. 우리는 지금 상황을 이해해보고자 애쓰는 한편 앞으로 어쩔것인가를 두고 우왕좌왕했습니다. 우리가 보리알리스 호의 항로를 바꿀 수 있을까? 북극에 배를 고정시키고 우리 동료들이 연구해볼 기회를 줘야할까? 아니면 배에 탄 이대로 우리 자신이 말려들면서 이 배를 온 힘을 다해 파괴해야할까? 일관된 의식을 유지하고 있는것이 불가능했습니다. 불가해하고 역설적인 시간의 순환이 거품처럼 배를 통과해 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나는 미쳐가고 있음을 느꼈습니다. 우리 모두는 무수히 많은 버전의 우리자신을 마주하고 있었고, 배 안은 유령선과 유원지의 귀신의 집을 합쳐놓은 것 같았습니다.


    마침내 우리는 선택을 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주디스 모스맨은 이성적으로 주장하여, 우리가 보리알리스 호를 보존해서 반란군에 전달해 주어서 연구팀이 이 힘을 연구하고 통제하게끔 해야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알릭스는 배를 파괴하라고 했던 일라이의 요구를 상기시켰습니다. 그녀는 보리알리스 호를 콤바인 침략 기반의 심장부로 몰아 자폭하게 하자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주디스와 알릭스는 논쟁하였고, 결국에는 주디스가 우세했습니다. 그녀는 보리알리스호가 자리잡게 하고 붓스트랩 장치를 정지시켜 눈 위에 정착시킬 준비를 하였습니다. 그때 총성이 들리고, 주디스가 쓰러졌습니다. 알릭스가 우리 모두를 위해 결정한것입니다. 그녀의 총이 한것일지도 모릅니다. 모스맨 박사는 죽고 우리는 이 자살공격에 우리를 맡겼습니다. 알릭스와 저는 시간이동 미사일을 만들며 냉랭하게 보리알리스 호를 무장시켰습니다. 그리고 콤바인의 사령부의 중심을 향해 나아갔습니다.


    이때에, 당신은 들어도 전혀 놀라지 않겠지만 불길한 형체가 나타났습니다. 그 냉소적인 마술사, G맨의 모습이었습니다. 이번만은 그는 저에게가 아니라 알릭스 밴스에게 나타났습니다. 알릭스는 이 수수께끼 같은 선생님을 어릴때 이후로 본 적이 없었지만, 곧 그를 알아봤습니다. "따라오십시오. 우리에게는 있을 곳과 할 일이 있습니다." G맨이 말했고 알릭스는 동의했습니다. 알릭스는 이 이상한 회색 남자를 따라 보리알리스 호에서, 현실에서 빠져나갔습니다. 저에게는 편리하게 열려있는 문같은 것은 없었습니다. 옆으로 힐끗 쳐다보는 눈길과 킬킬거림 뿐이었습니다. 저는 혼자 남겨졌습니다. 무장된 과학선을 타고 콤바인 세상의 심장부로 날아가면서 말입니다. 강렬한 불빛이 번쩍였습니다. 나는 찬란하게 빛나는 다이슨 구의 우주적인 광경을 목도하였습니다. 콤바인이 가진 힘의 한없음, 우리가 몸부림쳐 온 노력의 무익함, 이것들이 순식간에 나의 인식에 꽃피었습니다. 나는 모든것을 보았습니다. 우리가 가진 가장 강력한 무기인 보리알리스 호가 산산히 부서지며 피다 만 성냥불처럼 하잘것없는 영향을 줄 것임이 보였습니다. 나에게 남을것은 그보다도 적을 것이었습니다.


    예상하셨겠지만 그때, 보르티곤트들이 명암이 교차하는 자신들의 현실의 커튼을 걷히고 이전에 했듯이 저에게 닿았습니다. 그리고는 저를 보리알리스 호에서 뜯어내고 곁에 두었습니다. 저는 그 불꽃쇼가 시작되는것을 거의 보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여기입니다. 제가 이 해안으로 돌아왔다고 말했지요. 그것은 한때 알았던 땅으로의 곡절많은 여행이었습니다. 형세가 얼마나 변했는지를 보니 놀라웠습니다. 많은 시간이 흘렀기에 저를 기억하거나, 제가 마지막으로 말한것을 기억하거나, 우리가 정확히 무엇을 성취하고자 했었는지를 기억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이때쯤이면 반란은 실패했든지 성공했든지 할 것입니다. 나와는 관계없이 말입니다. 오랜 친구들은 죽어서 침묵당했거나, 좌절하고 물러났습니다. 저는 연구팀 인원의 대부분을 더 이상 알아볼 수 없습니다. 하지만 나는 반란군의 정신만은 여전히 살아서 건재하다고 믿습니다. 이제 무엇을 해야할지는 나보다 당신이 더 잘 알리라고 믿습니다. 이 문제에 관해서는 더이상 저에게 편지를 기대하지 마십시오. 이게 저의 마지막 에피소드입니다.


마지막으로,

고든 프리맨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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